스토리밥 기획 특집 2013.11.21 16:21

[원도심 기획 특집] 대전의 진입로, 대전역 지하상가

대전을 처음 만나는 곳

 경부선 기차를 이용해 대전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대전역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대전역에서 대전시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목적지가 회덕 방면이 아니라면, 십중팔구 대전역 지하상가를 거쳐 간다. 대전역이 대전으로 들어오는 관문이라면 대전역지하상가는 대전시내로 안내하는 진입로인 셈이다. 2004년 KTX 개통과 함께 현 대전역사가 신축되기 전에는 대전역지하상가는 넓은 대전역 광장과 대전의 다운타운을 이어주는, 주요 통행로였다. 1970~80년대 대전역 주변은 대전의 중심지요 번화가였다. 젊은이들은 대전역 광장 시계탑에서 만나 지하상가를 지나 에펠제과와 태극당, 은모래커피숍, 중앙극장, 아카데미극장, 신도극장에서 데이트를 즐기고는 했다. 젊은이들의 쇼핑의 중심지 또한 대전역지하상가였다. 1974년 들어선 중앙데파트와 홍명상가를 비롯해 브라더백화점, 중앙시장, 역전시장 등이 대전역지하상가 인근에 위치해 있어 이곳은 대전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이었다. 당연히 사람들로 언제나 북새통이었고 대전역지하상가는 이 시설들을 연결하는 주요 통행로여서 상권이 활발하게 형성되고 있었다.

 

 

 그러나 1994년 2차 중앙로지하상가가 완공되고 그 후 대전천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중앙데파트와 홍명상가가 철거되면서 원도심 상권의 중심이 은행동으로 이동하게 되고 대전역지하상가는 쇠퇴기를 맞는다. 원도심 활성화 사업도 중앙로지하상가 주변의 선화동, 은행동, 대흥동 일대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측면이 있어 상대적으로 소외된 대전역지하상가 주변은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앙시장 현대화 사업이 진행되기는 했으나 그만으로는 역부족인 듯 보인다. 원도심이 활성화되기 위해서 대전역 주변 상권 회복은 필수 요소라 할 수 있고 그래서 원도심 활성화는 대전역지하상가와 필연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화려했던 시절의 뒤안길

1981년 완공된 대전역지하상가(길이 270m, 면적 5천808㎡)에는 현재 200여 개의 점포가 입주해 있다. 완공 이후 대전역, 중앙시장과 함께 대전 경제발전의 핵심역할을 해왔다. 대전역지하상가는 ‘젊은이의 거리’인 은행동 상권과 접해 있으며 한약특화거리, 인쇄거리, 한복특화거리 등 다양하고 전문적인 상권을 연결하는 교차로이다. 그러나 화려했던 과거의 명성을 뒤로 한 채 대전역지하상가는 1990년대 둔산 신도심 개발 이후 침체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낙후된 시설과 공공기관의 이전, 재래시장 쇠퇴 등으로 상권에 위협을 받고 있다. 지하철 1호선 완공과 함께 각종 원도심 활성화 정책으로 상권이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아직까지 옛 명성을 되찾기에는 미약한 상황이다.

“조용한 대전에서 그나마 가장 번잡한 곳을 꼽으라면 중앙로이다. 중앙로는 대전역과 지하상가로 이어져 있다. 대전 도시철도 1호선이 지나가고 시내버스들이 많이 다녀 중심지로 꼽힌다. 지방 상권 중에서는 유일하게 유동 인구 중 남성 30대 비율이 20대 비율을 웃돈다. 주요 소비 업종은 식당과 술집이다. 중앙로는 한 건당 결제 금액이 크게 낮다. 중앙로 음식값은 서울에 비하면 아주 저렴하다. 이탈리아 레스토랑의 리조또가 7천원도 채 되지 않는다. 서울 지역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시사저널 1179호, 2012. 5. 23)”

원도심 상권이 위협받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대전역지하상가는 특히 더 빠른 속도로 옛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덕 지역이나 산내에서 둔산 지역으로 이동하는 인구가 환승하는 환승지로서의 지위만 유지하는 편이다. 대전 주요 노선의 시내버스가 대전역을 경유하지만 대전역 인근에서 하차하는 승객들은 대부분 다음 버스로 갈아타거나 은행동 쪽으로 이동한다. 대전역 지하상가 인근의 버스 승강장에서 대기하는 동안 지상상가 점포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마찬가지로 지하상가 점포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발견하기도 어렵다. 지하상가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은행동으로 이동하기 위한 통행로로서 주로 이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전역세권에서 핵심은 은행동 ‘으능정이 문화거리’ 양쪽에 조성된 패션상가와 먹자골목이다. 문화거리라고 간판을 달고 있지만 실상은 서울 명동처럼 10대와 20대들이 쇼핑과 외식, 유흥을 즐기는 ‘소비의 거리’라고 부를 만한 곳이다. 한마디로 ‘대전의 명동’이라는 별칭이 어울린다.(한국경제신문, 2007. 2. 4)”

지난 2002년 리모델링 공사 이후 다소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하더라도 대전역지하상가의 상권이 은행동과 대흥동으로 완전히 이동했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외부에서는 으능정이 거리를 대전의 명동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번창했던 대전역 지하상가의 번성함은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상권 활성화를 위한 편의시설 개량 및 확보

대전역지하상가를 이용하는 유동인구가 그대로 흘러가는 인구가 아니라 머물러 쉬는 인구가 될 수 있어야 한다. 대흥동과 은행동에는 ‘우리들 공원’을 비롯해 으능정이 거리의 야외무대, 각종 소극장, 라이브카페 등이 위치해 있어 사람들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하고 그 공간을 활용한 문화예술 관련 프로그램이 넘쳐난다. 그러나 대전역지하상가는 대전역과 은행동, 대흥동을 이어주는 단순 통행로로 이용되거나 멀티플렉스와 백화점, 대형마트가 위치한 서대전네거리로 이동하기 위한 환승지 역할을 한다. 이렇게 흐르는 인구를 머무는 인구로 바꿀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2013년 9월 첫 주 중앙로지하상가 일원에서 열리는 문화행사를 보자.

옛 도청 앞 지하상가 ‘이벤트홀 회원 작품집 북 콘서트’(대전중구문학회) / 은행교 ‘마당극 별을 먹는 장돌뱅이’(마당극패 우금치) / 은행교 ‘대전사랑 대전노래 ‘대전부르스’ 콘서트’(대전인문 공동체) / 청소년 문화마당 ‘주민과 함께하는 문화마당 ‘힐링축제’’(청소년 교육·문화공동체 ‘청춘’) / 으능정이 문화거리 ‘문화나눔, 이웃사랑 ‘찾아가는 원도심 문화 흥마당’’(극단 아낌없이 주는 나무) / 으능정이 거리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주민과 함께하는 색소폰 한마당’(한빛 색소폰 동호회) / 대전역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시민과 함께 소통하는 전통음악회 국악연주’(아리) / 청소년 문화마당 ‘김란의 전통춤 공연’(김란무용단) / 은행교 ‘금요 국악콘서트’(한국국악협회 대전광역시지회) / 옛 도청 앞 지하상가 무대 ‘2013 시민과 즐기는 재미있는 현대무용’(Meta Dance) / (구)밀라노21 무대 ‘시민들과 함께하는 댄스페스티벌’(이승경) / 평생학습관 앞 ‘T끌 프로젝트’ / 은행교 ‘거리극 페스티벌’(김기영) / 은행교 ‘덩덕쿵 얼쑤 놀러가자 시장에 실버풍물단’(예향)
(뉴스1, 2013. 9. 6)

이러한 문화행사들은 유동인구가 중앙로지하상가 인근에 계속 머무를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하고 중앙로지하상가와 지상상가의 잠재적 고객으로서 붙잡아 두는 역할을 한다. 대전역지하상가와 중앙로지하상가 사이의 변별점이다. 물론 대전역지하상가 역시 인근에 인쇄거리와 한약특화거리, 중앙시장 등이 위치해 있어 대전역지하상가로의 유인이 전혀 없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인쇄거리와 한약특화거리, 중앙시장을 이용하는 주 연령층이 중장년층임을 고려하면 그 유인은 크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소비를 이끄는 주류는 20~30대의 젊은 세대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 2002년 리모델링 이후 대전역지하상가의 환경을 쾌적하게 하려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중앙시장의 아케이드 설치와 노점 정비 공사도 최근 소비자들의 경향을 반영하는 것이고 보면 쾌적한 쇼핑 환경은 잠재적 구매자들이 조금 더 머무를 수 있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대전시설관리공단은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지하상가 내 화장실을 백화점에 버금가는 현대식 화장실로 리모델링한데 이어 지하상가 내 벤치 주변에 화분을 설치했다. 그러나 장애인 편의시설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장애인의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한 시설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도시철도 역사에 설치된 엘리베이터가 장애인 접근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고 있으나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공간적 여건이나 경제성 측면에서 엘리베이터 설치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리프트의 안전성을 수시로 점검해서 리프트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수가 적다고 할지라도 장애인들도 보다 자유롭게 지하상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전역지하상가의 실내공기의 질은 양호하다고 한다. 지하라는 특수한 공간이므로 실내 환기는 보다 면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주기적으로 실시한 측정 결과는 긍정적이다. 쾌적한 실내 환경은 즐거운 쇼핑과 직결 되는 핵심 요소일 수밖에 없다. 다행히 대전보건환경연구원과 한밭대학교 산학 협력단의 공기상태 측정 결과 이산화탄소 등 9개 기준 항목 모두 법정기준치를 크게 밑돌았다고 한다.(환경일보, 2013. 6. 14)
더불어 동구청에서 운영하는 공영주차장 두 곳과 인쇄거리의 노변주차장, 대전역, 중앙시장에 확보되어 있는 주차장은 쇼핑인구 유입에 적잖은 도움이 되고 있다.

 

 

 

주변 상가의 현실

인쇄거리에서 대전역지하상가로 이어지는 상권은 저녁시간에는 특히 어둡다. 상권을 형성하고 있는 각 점포의 특성 상 늦은 밤까지 영업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각 점포가 영업을 마친 인쇄거리, 한약특화거리는 이른 어둠보다 더 불편한 요소가 공존한다. 이 거리에서는 장년의 여인들이 지나치는 남성 행인의 뒤를 따르며 흥정을 유도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어둠이 내린 한약거리를 걸어본 시민이라면 흔히 경험하는 풍경이다.

유천동 집창촌이 폐쇄되는 상황에서도 유독 대전역 주변 집창촌은 살아남았다. 대전역 주변 집창촌은 특히 여성들의 통행에 위협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심야도 아닌 시간부터 벌어지는 호객행위는 여성들이 대전역 상권 주변을 기피하게 하는 요인이다. 원도심 중 특히 대전역 주변은 밤 시간에 더욱 어두워진다. 때문에 통행자들의 대부분은 지하상가를 이용한다. 그러나 이 시간대 통행하는 사람들은 대개가 대전역을 오가거나 버스 환승을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지하상가의 활성화가 대전역세권 개발과 밀접하게 연관성을 갖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 기인한다.

 

특화전략의 필요성

역세권 개발이 당초 예상보다 지지부진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전 제2지하상가를 조성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기존 지하상가(대전역∼옛 충남도청)와 X축을 이루는 제2 지하상가 조성안은 대전역 증축을 비롯한 대전역세권 개발사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나온 제안이어서 앞으로 동구지역의 최대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원동네거리∼삼성네거리 구간 지하상가가 조성될 경우 인근 재래시장인 중앙시장과 대전역세권 부흥 등 원도심 활성화의 결정적 전기가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원동네거리∼삼성네거리 구간 지하상가 조성사업은 지하 1층 연면적 2만922㎡에 159대의 주차시설을 갖추고 쇼핑, 문화, 테마광장 등 다양한 세대를 겨냥한 공간구조로 만들 계획이다. 민간자본 1852억원을 필요로 한다.(국민일보, 2013. 2. 7)”

 

이 제안은 민간자본의 사업 수행 능력과 상가 분양 문제 등의 이유로 사업추진 가능성이 불투명한 가운데 지하상가의 답답한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거꾸로 생각해 보면 역세권 개발에 대한 애초의 시각을 수정할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둔산 신도심과 차별화 된 개발 로드맵이 필요하다. 대흥동을 중심으로 한 문화예술 타운 조성처럼 대전역 주변을 특화하는 개발 정책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대전역세권 개발과 대전역지하상가는 공생 관계이기 때문이다.

 

대전시는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각종 회의·행사 원도심 소재 기관 개최’, ‘재활용 벼룩시장 및 직거래 장터 등 각종 판매행사 도청사 광장 활용’, ‘도심활성화기획단 등 원도심 관련 기관 도청사 입주’, ‘시청 공무원의 도청사 인근 음식점 이용 등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 대책들의 대부분이 중앙로지하상가 인근 지역에서 시행되는 것은 여전히 문제점으로 여겨지고 있다. 결국 대전역지하상가를 차별화하고 특화할 수 있는 개발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는 한 대전역지하상가는 원도심 활성화 대책의 변방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상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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