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숨쉬는 4.16 2014.08.16 05:00

<숨쉬는 4.16> 침묵하지 마세요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 기획시리즈 <숨쉬는 4.16>  2회 (2014년 8월)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이 세월호 대참사를 잊지 않기 위해 기획시리즈 <숨쉬는 4.16>을 마련한다 저마다 기억하는 방식은 다를 것이다. 우리는 작가협동조합이라는 조직의 성격에 걸맞게 글쓰기를 통해 잊지 않으려 한다. 이 기획시리즈는 2014년 7월 시작해2017416, 3년 상이 끝날 때까지 이어갈 예정이다. 한 달에 한 번, 매달 16일마다 다양한 형태의 글과 여러 장르의 콘텐츠를 게재할 것이다. 물론 뜻을 같이 하는 많은 이들과 함께 하려고 한다.

 

잊어야 할 것과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세월호 대참사는 대한민국의 참혹한 문신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 세월호는 지워지지 않는 삶의 일부다.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이 연재를 기획한 이유다.

 

기획시리즈 두번째는  스토리밥 조합원인 함순례 시인이 지난달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아 진행된 시민대회에서 낭송한 시와 최근의 심경을 담은 산문을 게재한다.

 

 

100일의 기적을 노래해요

-2014년 7월 24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갓난아기가 고개를 가누고

소리를 구분하고

낮과 밤을 구별할 줄 알게 되는

백일

그 100일의 기적을 노래해요

2014년 4월 16일 이후

우리는 향기로운 봄을 잃었으나

묵묵부답의 폭염과 마른장마에 시달리며

무참히 서러웠으나

이제는 백일의 기적을 노래하고 싶어요

인간이 만든 자본주의 세상

쇠사슬처럼 얽힌 돈과 권력이

생명을 빼앗아가는 어둔 밤을 지나

환한 아침을 맞이하고 싶어요

짙게 드리운 세월호의 구름이

거대한 빗줄기가 되어

우리의 낮과 밤을 씻어내렸으면 좋겠어요

맑게 개인 날

밝게 빛나는 햇살을 선물했으면 좋겠어요

잘못과 실수를 인정하는 나라

책임질 줄 아는 나라

사람이 꽃인 세상이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손으로 할 수 있어요

사람의 마음으로 할 수 있어요

두려워하지 마세요

침묵하지 마세요

도망가지 마세요

망설이지 말아 주세요

우리의 소리를 들어 주세요

난바다에 표류 중인 304명의 영혼들

천만서명으로 도보순례로 단식으로 핍진해져가는

유가족들의 피눈물

표지석 삼아

새살 돋는

영영 잊을 수 없는

숨쉬는 4.16를 만들어요

숨쉬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요

 

                                                                                      

 

끝내 100일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4.16 이후 세월호와 관련된 그 많은 움직임들의 목적지였다 할 수 있는 특별법 제정은 유가족들의 의사를 온전히 반영하지 않은 채 국회에서 표류 중이고, 아직도 캄캄한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 10명의 영혼들이 있다.

 

광화문 광장에서 힘겨운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고 김유민 학생의 아버지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이리도 오래 갈 줄 몰랐다고 말씀하셨다. 나도 그러했다. 자본주의의 적폐와 위기대처능력이 부재한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체감한 충격적인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자본주의의 사생아였다’라는 열패감에 시달리며 무심히 푸르러져가는 초록이 야속했고, 허기를 느끼고 무언가 음식물을 씹고 있는 순간순간 죄스러웠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 이명처럼 울려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안산화랑유원지추모관과 서울시청광장을 찾아 하염없이 쭈그려앉아 있다 돌아오는 일도 있었고, 청계광장이나 대전역광장에 앉아 촛불을 들었다. 추모시도 쓸 수 없었다. 어마어마한 슬픔과 통곡을 담아내기에 내 시력은 턱없이 부족했고, ‘지금은 상중이다’라는 생각도 지배적이어서 쓰고자 하는 마음도 일부러 접었던 듯하다. 6월이 되어서야 추모시 한두 편 쓸 수 있었지만, 다른 시, 다른 글을 쓸 때도 온통 세월호 사건을 의식한 문장과 사유가 들끓었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 전반에 세월호 사건 이전과 이후로 혁명적인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왜 이리도 특별법 제정이 어려운 것인가? 무엇이 걸림돌인가? 충분히 구조할 수 있었던 304명의 목숨이 몰살을 당한 대참사였다. 한낱 사고로 치부하거나 원칙과 법칙을 들이대며 올바른 특별법 제정을 방해하고 있는 정치권은 냉정하게 자문해 보았으면 한다. 그래야 ‘책임회피’라는 질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 지난 7월 24일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아 서대전시민공원에서 열린 시민대회 행사장에 놓인 노란 소망들>

 

이제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은폐, 축소하거나 미봉책에 급급하여 대재난이 반복되어 왔던 구태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책임질 줄 아는 사회로 만들어가야 한다. 돈과 권력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연대하여 호흡하는 사회로 만들어가야 한다. 숨쉬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어른들은 우리에게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딜 나서냐는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고등학생이기에 아직 어른이 되지 않았기에 이 세상의 논리에 찌들지 않은 우리들이기도 합니다.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음을, 야당마저 저버린 유가족들의 주변에 지지를 보내고 있는 학생들이 있음을 보여줍시다.”

 

엊그제는 고등학교 학생들의 연합집회가 광화문 광장에서 있었다. 위의 글은 집회 소식을 알리는 사발통문의 일부분이다. 고등학생들도 알건 알고, 안타까워하는 나라. 참으로 두려워해야 할 우리의 현실이다. 가수 김장훈 씨를 비롯하여 영화인들과 작가들도 유가족이 동의하는 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유가족 단식에 동참하고 있다.

 

오늘은 세월호 유가족 십자가 순례단이 대전에 도착했고, 유성성당에서 작은 음악회를 가진 후 시민들과 함께 진실규명을 위한 촛불행동을 했다. 광복과 가톨릭의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맞이하여 8월 15일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10만 범국민대회’가 열린다. 이 역사적인 날, 부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의 물꼬를 틀 수 있는 특별법 제정에 대한 희소식이 들려오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10만 국민이 하나의 촛불이 되어 100일의 기적을 뛰어넘는 역사를 이루었으면 좋겠다.

 

유민아빠의 메시지도 울리고 있다.

“국민여러분 8월 15일 촛불을 밝혀주십시오. 그때까지 버티겠습니다. 믿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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