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숨쉬는 4.16 2015.06.16 13:10

또래의 위로와 슬픔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  기획 <숨쉬는 4.16> 2015년 6월  / 또래의 위로와 슬픔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이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해 매달 16일마다 연재하고 있는 <숨쉬는 4.16> 2015년 6월에는 고등학생들의 글을 싣는다. 여기에 글을 싣는 학생들은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단원고 희생자들과 학교는 다르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또래집단으로써 그 슬픔을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우리 사회의 안전을 생각하는 산문과 정서적 교감을 통해 그들의 죽음을 아파하는 시까지, 여러 학생들이 글을 보내왔다. 청소년들의 글이라서 아직 다듬어 지지 않은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죽음을 대하는 태도와 그 마음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꽃 냄새와 세월호

                                                                                                                                     김지완 (김제 지평선고등학교 2학년)

 

똑,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립니다. 어두컴컴한 이 배를 떠날 생각에 ‘벌컥’ 문을 연 아이들은 ‘무서웠지?’ 팔벌려 안아주는 엄마 대신 짙은 잿빛의 바다가 방 안으로 밀려들어오는 걸 지켜봅니다. 아, 문을 두드린건 엄마가 아니라 저 크고 검은 바다였음을 그제야 깨닫는 나입니다. 그 넓은 품으로 바다는 295쌍의 발목을 삼키고 295개의 입을 막고 590개의 눈동자 위로 눈꺼풀을 덮어 내립니다. 바다가 미처 삼키지 못한 172쌍의 눈동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 모습을 담아낼 뿐입니다.

 

폐 속에 바다가 가득 차서 말하지 못하던 희생자들의 고통을 왜 산 사람들은 또다시 겪고 있어야만 할까요.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가득 담고 폐에서 기도로, 기도에서 콧구멍으로 빠져나왔을 그 마지막 기포는, 왜 일 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수면 위로 떠오르지 못해, 퐁, 하고 시원스레 터지지 못해, 그 안에 가득 담긴 희망과 의지를 숨쉴 수 있는 사람들과 나누어 가지지 못하는 걸까요. 날숨은 분명히 바닷물보다 가벼운데 말이죠.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누군가는 210일 남은 수능일과 스마트폰이나 뒤적이고 있는 자식들의 뒷모습을 번갈아 바라보며 한숨을 쉬고 있을 때 왜 누군가는 자식의 뒷모습은커녕 그림자마저 삼켜버린 바다만을 원망하고 있어야 할까요? 어떤 학생들이 새로 나올 반배정을 두근거리면서 기다리고 있을 때, 왜 누군가는 아들의 학년 반 번호를 심장에 새기며 떠오르지 않을 기포를 찾아 바닷가를 걷고, 걷고, 또 걷는 것일까요. 매년 바뀌던 아이의 반 번호가 엄마의 이름 앞에 영원히 붙어 버렸습니다.

 

막 피어나기 시작하는 민들레와 개나리, 수선화를 보고도 그 향보다는 노랑색에 눈이 먼저 갑니다. 이 봄을 누리지 못하는 그들을 위해서, 왜라는 질문만 계속 머리를 맴돕니다. 왜 피어나는 봄꽃의 향기도 맡지 못하게 야속하기만 한 바다는 그들의 폐를 가득 채워 버렸을까요. 왜. 왜. 왜. 어쩌면 누가 그랬는지, 어떻게 그랬는지, 어디서 그랬는지, 언제 그랬는지는 이미 너무 잘 알아서, 머릿속에 새겨졌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은 왜? 이 하나뿐이니까요.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왜 바다가 그들을 데려갔는지, 왜 배는 바다에 가라앉았어야만 했는지, 왜, 그들이 대체 무슨 죄가 있길래? 절대 답을 얻을 수 없는 질문들이겠지요. 그렇다면, 누가 그랬는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그랬는지라도 확실히 알아두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의 마음에 뚫린 세월호라는 구멍은 너무도 크지만, 더 이상 구멍이 뚫리지 않을거란 보장은 없습니다. 다음에 다시 찾아올 장마를 위해서라도 우리는 구멍난 가슴 구석구석을 손봐야 합니다. 그러려면, 아직 떠오르지 못한 기포를 찾아 터트려야 합니다. 산 사람들의 가슴에마저도 물이 차지 않도록요.

 

그들은 우리보다 먼저 바다로 갔지만, 우리는 아직 여기 남아 있습니다. 애써 빈자리를 채우려 하지 마세요. 빈자리가 빈자리로 남아 있어야 우리는 아직 바다에 가지 않았다는 걸 기억할 수 있거든요. 그러니 꽃을 보고, 떠오른 달과 별을 보고, 푸른 잔디밭에 누워서 이곳에서의 삶을 최대한 즐기세요. 언젠가 우리가 바다로 갈 때가 되면, 그들에게 이렇게 말해줄 수 있게요.

 

“산에서 놀다 말고 가버린 너희들의 몫을 우리가 모두 다 챙겨들고 왔단다. 이제 그동안 너희가 즐겼던 바다에서의 삶을 우리에게 나누어 줄래?”

그들이 맡지 못하고 간 2015년의 벚꽃 내음을 한주먹 가득 쥐어주면서요.

 

 

 

 

안전해야 안녕하다

                                                                                                                                    정 현 우 (계룡시 용남고등학교 3학년)

 

몇 년 전 한 대학생이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를 학교에 붙여 우리사회의 현실을 비판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예’라고 답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개인적으로 안녕하지 못하다고 답하는 사람도 있을테고 혼란스러운 사회분위기를 생각해 안녕하지 못하다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안녕하지 않은 현실은 지난해 세월호 사고라는 엄청난 충격으로 나타났다. 나는 세월호로 세상을 떠난 학생들과 같은 또래다.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또래지만 대학이나 먼 훗날 사회에서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이라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매우 아프다.

 

안녕이라는 말은 아무 탈이나 걱정이 없이 편안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안전은 위험이 생기거나 사고가 날 염려가 없이 편안하고 온전한 상태를 말한다. 결국 우리의 생활은 안전해야 안녕할 수 있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자주 나오는 지적이 기본과 원칙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본과 원칙은 안전의 최우선이지만 아직도 우리사회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우리 생활에서 나타나는 일상적인 기본을 살펴보자. 집을 나서 학교에 가기까지 거리는 멀지 않지만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사례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학교에 가기 위해 아파트 현관을 나서면 바로 장애인 주차장이 있다. 하지만 장애표시가 되어있지 않은 자동차가 주차되어 있는 경우가 자주 있다. 아무리 주차공간이 없다고 하더라도 비워놓아야 하는 곳이 바로 장애인 주차장이다. 자동차 운전자는 무의식적으로 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배려하는 습관을 버린 행동이고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는 또 다른 상처를 줄 수 있다.

 

그리고 아파트 입구에는 불법주차로 인해 좁아진 소방도로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만일 아파트에 화재가 발생한다면 신속하게 출동해야 할 소방차가 가로막히기 때문에 엄청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또한 안전에 불감한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아파트 입구를 벗어나 걸어가다 보면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를 지난다. 학교 주변은 스쿨존이기 때문에 모든 자동차들은 속도를 줄여야 한다. 그렇지만 총알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차들도 자주 본다. 학교를 지나면 버스승강장이 나오는데 불법으로 도로를 건너는 사람도 많이 있다. 교통 사고의 위험은 항상 있다고 할 수 있다. 학교 앞에서도 부모님들이 자녀를 데려다주기 위해 잠시 자동차를 세우기 때문에 교문 앞은 자주 혼잡하다. 학교에서 학교 앞 정차를 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지만 어른들은 지키지 않는다. 불과 십 여 미터만 가면 안전하게 차를 세울 수 있는 지역이 있지만 조금 돌아간다는 이유만으로 지키지 않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기본을 지키지 않는 사례는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이런 경험은 나 혼자만의 경험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모습일 것이다. 그렇지만 습관적으로 행동하다 보니까 잘못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하고 관행처럼 하고 있다. 크고 작은 사고들이 잘못된 관행에서 발생한다는 건 그동안의 여러 사건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다. 안전문제도 마찬가지다. 어릴 적 길들여진 안전 습관은 개인의 안전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 전체의 안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안전해야 안녕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세월호 사고와 같은 일은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낙화

 

                                     이수민 (예산여고 1학년)

 

간 밤에 분 바람

가늘게 매달린 꽃들

그예 흩트리고

붙잡던 가지도 이내 고개를 숙이는구나

 

촉촉이 내려앉은 이슬에

속절없이 젖은 꽃잎들

그예 비를 들어

사정없이 쓸어내는구나

 

낙화인들 꽃이 아닌가

떨어진 꽃잎에는 아무도 눈길주지 않고

발소리 삼키며 다가선 저 구석에

수십 감았다 떠도 아직 어여쁜 꽃들이 숨죽여 우는구나

 

힘없이 그렇게 우는구나

마치 4월의 그들처럼

 

 

 

 

                               이주희 (예산여고 2학년)

 

세상의 꽃들이 져버린지 벌써 일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일 년 전처럼

잘만 돌아가는 세상을 보며

다른 꽃들은 슬퍼하지 않을까

 

제대로 피어보지 못한 채로

시들어버린 어여쁜 꽃들

노오란 나비되어

그대 곁은 맴도리라

 

혹여 오는 길 잃었으려나

헤매고 있으려나

이 세상으로 오는 길

환히 밝혀줄 등대 되리라

 

 

 

 

꽃향기

 

 

                                  이나영 (예산여고 3학년)

 

검정색 바닷물을

마지막까지 밀어낸 하얀 손가락

물기묻은 손으로 있는 힘껏 움켜쥔 학생증

 

아직 꽃피지 못한 작은 꽃봉우리들

 

무정한 바다는 꽃향기에 취해 잠이들어

놓아주는걸 잊었다고 변명하네

 

잠든 바다 깨우기 위해 밤새 울부짖으리

바다 속에도 꽃이 필 때까지

꽃향기가 전해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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