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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숨쉬는 4.16

노란리본으로 접는 작은 희망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 기획연재  <숨쉬는 4.16> 2015.10월

 

       노란리본으로 접는 작은 희망

- 국민TV 대전지협 노란리본 공작소를 찾다 -.

 

 

국민TV는 공정방송실현을 위한 미디어협동조합이다. 조합의 설립취지문을 보면 이들이 지향하는 지점을 알 수 있다. 자본권과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미디어 환경을 꿈꾸는 조합은 약자와 소외된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는 따뜻한 언론, 지식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적 의무를 다하도록 요구하는 미디어를 위해 모였다. 조합원들은 현재까지 4차 리본만들기를 했으며 매번 10여명이 넘는 조합원과 시민들이 참여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리본을 만들고 있다. 노란리본을 만들며 세월호 참사의 고통을 돌아보는 이들을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이 만났다. 국민TV 대전지역협의회 류종구 운영위원장과 노란리본만들기 김미석 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기획 연재 <숨쉬는 4.16>은 매달 16일 원고가 올라가며 2017년 4월까지 3년동안 이어갈

예정이다.

 

 

잊을 수 없는 416. 여전히 돌아볼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요?

 

김미석(이하 김) : 416일 개인적으로는 잊을 수가 없는 날이었죠. 왜냐하면 중3 큰딸이 수학여행이었기 때문에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마침 여수에 가 있는 상황 이었고 마찬가지로 배를 타고 인근 섬으로 가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방송을 보니까 세월호가 전복되는 사고가 났더라구요. 딸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죠. 세월호 침몰이 거기에도 전달이 됐는지 배로 가는건 취소가 됐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416일을 남의 일 같지 않고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류종구(이하 류) : 저는 회사에서 사고소식을 들었는데요 세월호 참사후 일주일 가량 혼란시기를 보내면서 많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때 계기로 국민TV 대전지역 오프모임에 나오기 시작했죠. 내가 뭐라도 해야겠다, 집에만 있지 말고. 그래서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됐죠

 

세월호참사 이후  진행과정을 보면서 받은 느낌은?

 

: 진도체육관에서 대통령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유가족한테 얘기를 하니까 뭔가 되지 않겠는가 생각 했어요. 결과적으로는 사탕발림처럼 얘기가 된거죠. 기대가 하나씩 무너지게 되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도대체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데 304명이 수장되는 과정에서 국가는 목숨을 구하지 않았잖아요. 그래서 분노하게 됐고 개인적로는 대전지역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침묵시위를 주도하게 됐죠. SNS를 통해서 사람들을 조직해 공감대를 형성 할 필요가 있겠다 싶었죠.학생, 직장인 일반가정주부 등 다양한 사람들의 분노가 세월호 집회로 집약되지 않았나 보고요. 노란 끈을 나무마다 묶는 작업을 대전 시내에 있는 가로수를 대상으로 했죠. 노란끈은 돌아오지 못한 분들이 하루빨리 돌아올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었죠

 

: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를 보고 저게 우리 사회 민낯이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저는 어떤 활동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많은 희생자가 나왔고, 저처럼 숨죽여 살던 시민들이 세월호참사가 기폭제가 되어 사회를 바꾸는 활동을 하러 나오게 된 것 같아요.

 

 

 

 

잊으라는 사람들, 그만두라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여전히 활동을 해야 하는 이유는?

 

: 저는 잊으라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계시고 많은 분들이 여기에 와서 리본을 만들고 있어요. 그리고 많은 분들이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많이 합니다. 거리에서 리본을 나눠주면 지나가는 중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이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해요. 우리는 잊혀지지 않기 위해서, 기억하기 위해서 활동을 하는 거죠. 이게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을 해요. 리본을 만들어서 시민들에게 나눠주는 것, 잊혀짐을 막는 일을 조금은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죠. 국민TV가 대안언론, 잘못된 언론에 대해서 대안 세력이라는 점을 자임하고 있으니까, 당연히 해야 되는 일이죠.

 

: 교통사고가 났는데 이것 가지고 대통령 욕하고 정부 욕하고 돈은 4억을 받았네 6억을 받았는데 왜 이러고 있냐? 그런 식의 얘기를 들을 때 마다 세월호 참사를 덮으려고 하는 의도가 있는 것 같아요. 유가족간담회를 몇 차례 갔었는데 유가족 들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뭔가 행동을 꼭 안하더라도 잊혀지는게 자기네들은 너무 힘들다고 합니다. 사실 아무것도 모르고 일상에서 살던 사람들이 이제는 투사가 된거잖아요. 이 나라에서는 투사가 되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 지금 우리가 여기서 주저하고 물러난다고 한다면 더 이상 안 된다고 생각을 해요. 사실 이분들이 자기 자식이 죽었기 때문에 이렇게 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어쨌든 이렇게까지 그분들이 버티고 있고 그분들이 끝까지 하겠다고 하면 또 거기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계속 있을거라고 봐요. 그래서 매우안타깝긴 하지만 많은 분들이 동참해주고 계시니까 희망이 있는 거죠. 결국 우리의 숙제는 세월호와 같은 굵직한 대형 사고에서 하나의 매듭을 지어주는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대로 된 진상규명으로 책임자 처벌도 하고  억울한 사람들이 없도록 하는 매듭을 말이죠. 굉장히 상식적인 거잖아요. 사람이 죽었으면 일단은 왜 그 사람이 죽었는지 무엇 때문에 죽었고 조사하는 것은 상식적이잖아요. 그리고 망자에 대한 예의기도 하고 또 살아있는 사람이 돌아가신 분들에게 할 일을 하게 된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에서 제대로 안하고 있는 게 정말 안타까워요.

 

 

노란리본 공작소를 운영하게 된 계기는?

 

: 대전 으능정이 거리에서 어떤 시민이 노란리본 나눔을 하고 계신 걸 알았고.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생각했죠.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조합원들이 리본을 만들자고 해서 시작을 하게 됐죠. 리본 만 개에 약 20만원의 돈이 들어가요. 첫해는 국민TV 조합원이 십시일반해서 냈고요. 2, 3, 4차 부터는 지역 단체들도 후원을 해주셔서 리본을 만들고 있어요.

 

만들어진 리본은 어떻게 나눠주는지?

 

: 우선은 노란리본 나눔 활동하시는 분들에게 나눠주고요. 조합원 들 중에 가게를 운영 하는 분들은 본인 가게에 놓고 나눠주기도 합니다. 저같은 경우는 회사에서 나눠주죠. 다른 지역에서 나눔 활동하시는 분들이 필요하다고 하면 지원해 드리고 있습니다. 누가 만드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많이 리본을 나눠주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요청을 하시면 다 드리고 있어요.

 

잊지 않겠다는 마음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 그런 생각을 가진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행동을 하지 않아도. 적극적인 행동을 하면 좋지만요. 그렇지 않더라도 마음 속에 있는 걸 보여줄 순 없지만, 잊지 않겠다는 마음 자체가 중요한 거죠.

 

: 잊지 않겠다는 의미는 어쩌면 산 사람들의 씻김굿 같기도 해요. 다시는 세월호같은 참사를 겪지 말자는 의미죠. 우리 후손들한테는 절대 이런 일을 겪지 않게 하는 거 에요. 우리가 하는 것도 이걸 통해 어떤 결론을 내고 세상을 바꾸지 못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노란리본만들기 4차까지 하면서 조합원들 간에 생긴 변화는 ?

 

: 일단 작업 속도가 많이 늘었어요. 다들 숙련된 노동자들이 됐고요. 정말 잘 만들어요. 매일 노란 리본을 만들고 뒤풀이를 해서 그런지, 술 마시는 속도도 늘었죠. 가장 좋은 것은 국민TV 조합원 뿐 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함께 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지금 노란리본 만들기 하면 저희 조합원 뿐 아니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와서 함께 하고 있는데요. 오늘도 대여섯 분들은 다 소문을 듣고 오신 분들이에요.

 

: 저희가 리본 만들기만 한 건 아니에요 .작년엔 노란 리본 뜨개질을 해서 유가족들에게 갖다주기도 했어요. 유가족의 마음을 달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했습니다

 

: 노란 리본 만들기 하면서 가장 좋아진 점은 첫째 조합원들이 자주 모이게된 거고요. 자주 모여서 얘기를 나누면서 끈끈해졌죠. 일반 시민도 와서 같이 얘기하고 고민하고 소통하게 된 것. 또 다른 단체 분들과 연대할 수 있다는 겁니다. 세월호를 잊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점점 확대되면서 네트워크화 된다는 것이죠.

 

세월호 이후 변했다고 생각하시는지?

 

: 조금은 변하고 있죠. 저같은 사람도 뭔가 하기 시작했으니까요. 그게 하나의 시작이지 않을까 싶어요. 여기 계신 많은 분이 모인 것도 사실은 세월호 참사 영향이 컸죠. 당장 세상을 바꾸고,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면 좋겠지만요. 사실 잘 안되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하는가죠. 언젠가 밝혀질 진실의 그날을 위해 작은 걸음을 하는 거죠. 그게 바로 변한거라고 생각해요. 희망인거죠.

 

: 사실 전 변했다고 얘기하긴 그렇고요. 작은 희망을 가졌다고 보는 거죠. 세월호참사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우리 사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건 분명합니다. 그런 작은 희망의 조각들이 모여지게 된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강고한 댐이 작은 실금하나로 무너지듯 사람들이 모이고 함께 소통하며 문제의식을 공유한다면, 이게 어느 시점에서 어떻게 폭발할 지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우리 사회가 잘못되고 있지 않은가. 이런 생각의 출발점은 된 것 같아요.

 

세월호 사건이 우리에게주는 교훈은?

 

: 우리 사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거죠. 우리의 위치를 정확히 알았죠. 봐라, 우리가 이렇게 불공정하고 사람을 존경하지 않은 사회다. 라는 걸 보여준 거죠. 또 많은 사람이 우리 사회가 이렇게 까지 해도 되나, 라는 문제의식을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교훈 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가 이런 문제가 있었구나 하는 걸 왜 몰랐지? 깨닫게 되는 거죠. 이런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세월호 이후에 리본 나눔에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는 내가 이거라도 해야 내 마음의 힘든 부분을 덜 수 있으니까. 그런 마음도 일부 있어요. 이 세상이 이래도 되나, 너무 마음이 아픈 거죠. 그걸 조금이라도 나누고 싶은 거에요. 일주일에 한 번씩 리본이라도 만들어야 희생자에 대한 미안함도 덜하고, 그래야 제 마음이 편해지거든요. 망자를 위한 산 사람의 씻김굿 같은 거죠. 진실을 묻고 살면 너무 아프고 힘들잖아요

 

: 작은 행동이라도 하나 씩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들처럼 리본을 만들진 않아도 자동차 키에도, 가방에도 작게 달고 다니셨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소통하고 잊지 않고 있다는 증거이니까요. 결국 이런 분들이 하나 둘 씩 더 늘어난다면 우리 사회는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