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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숨쉬는 4.16

촛불로 밝혀져야 할 세월호의 진실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 기획 <숨쉬는 4.16> 201611

 

                                                      촛불로 밝혀져야 할 세월호의 진실

 

지난 12일 서울 도심에 켜진 100만개의 촛불은 분노 이상의 뜻을 담고 있다. 대전에서도 많은 시민들이 연일 둔산동 타임월드 앞에서 촛불을 밝히고 있다. 학생들은 정유라 씨의 특혜입학 의혹 논란과 관련해 공정한 경쟁의 기대감에 상처를 입었다. 새누리당을 지지했던 이들은 배신감을 토로했다. 여성대통령이라는 자부심을 가졌던 여성들은 치욕감을 감추지 못했다. 최순실이라는 한 민간인의 국정농단에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나온 말이 이게 나라냐?”라는 한탄과 분노다.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의혹은 대통령에 대한 조사까지 앞두고 있다. 검찰의 수사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가운데, 지난 14일 여야 정치권은 특검에 합의했다. 특검소식이 나오면서 그동안 감춰진 의혹들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중에 하나가 세월호와 관련된 대통령의 7시간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416일 오전 1030분부터 낮 1250분까지 2시간20분 동안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비서실로부터 보고는 받았지만 지시는 한 차례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간은 세월호가 침몰하던 때다. 그 외 시간에 이뤄졌다는 지시도 모두 전화 지시뿐이어서 박 대통령의 당시 행적에 대한 의문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경향신문, 11.14일 보도 중 일부)

<이미지는 페이스북에서>

 

“12100만의 시민이 운집한 서울 도심. 분노의 시계추가 2014416일로 되돌아갔다. 시민들은 세월호 참사 당시 실종된 대통령의 7시간을 호출했다. 그날 대통령은 오전 1030분 해경청장에 해경 특공대를 투입해서라도 인원구조에 최선을 다하라는 지시를 끝으로 모습을 감췄다. 그가 다시 중대본 현장에 선 것은 오후 515. 세월호가 침몰하는 7시간 동안 그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아직도 명쾌히 알려진 것이 없다. 청와대는 ‘7시간공개 요구에 묵묵부답이다. 녹색당이 참사 당일 대통령에게 이뤄진 보고와 대통령의 행적 등을 공개하라며 청와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도 시간 끌기를 한다는 비판이 인다 (한겨레 11.14일 보도 중 일부)

 

여전히 세월호가 인양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유가족의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있다. 그동안 많은 시민들이 세월호를 기억하자며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평범하게 살아가던 이들이 거리의 투사로 변하기도 했다. 그들이 세월호와 관련해 한결같이 외치는 것은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이었다. 2년이 넘도록 명확한 진실이 규명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 대통령의 7시간도 마찬가지다.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의 첫 번째는 사실을 정확히 밝히는 것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은 개인의 신분을 넘어서 공적 존재이다. 그런 점에서 상당부분의 일정은 공유되어야 하고 공개되어야 한다. 특히 세월호 참사라는 엄청난 사고 앞에서 대통령이 취한 업무수행은 명확하게 밝혀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여부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흉흉한 소문은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양파껍질처럼 계속 드러나는 최순실 게이트의 의혹과 논란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촛불을 든시민들은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성역없는 수사를 바라고 있다. 거리에 나온 시민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억울한 죽음에 대한 분노를 외치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은 진실규명을 말한다. 모두가 분하고 억울한 죽음이기에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지금의 촛불은 정치권력에 대한 비난이기도 하지만 우리사회 독버섯처럼 자리잡고 있는 왜곡된 기득권에 대한 저항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식인들은 학생들이 일어서야 한다며 말하고, 재벌도 공범이라는 인식을 확대시키고 있으며 아직도 행동해야 할 일들이 많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지면에 나온 칼럼의 일부를 옮겨본다.

 

좌절과 냉소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정확히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몰라 답답하던 시간, 가진 것 없는 부모에게 태어나 지옥 같은 세상에서 혼자 낙오할까 두려워 한 뼘 독서실 칸막이 속에 스스로를 가두고 온갖 스펙을 쌓겠다고 발버둥치던 시간은 이제 지났습니다. 여러분은 골방을 박차고 나와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습니다. 아니 역사의 횃불을 들어 올렸습니다” (김상봉 교수의 칼럼 중에서)

 

정치와 경제의 관계는 고정된 것이 아니고, 따라서 정경유착의 양상도 변화한다. 과거 개발독재 시절에는 정치권력이 절대적 우위에 있었고, 사업 인허가 및 재정·금융적 지원의 특혜적 배분이 독점적 지대를 만들어내는 원천이었기 때문에 그 반대급부로서 상납이 이루어졌다. 역설적이게도 개발독재의 산물인 경제권력은 정치권력을 능가하는 힘을 갖게 되었다. 이제는 재벌 스스로 독점적 지대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현 구조를 건드리지 않는 것의 대가로서 떡고물이 주어진다. 즉 과거에는 정치권력의 자의적 행사(작위)가 정경유착의 시발점이었다면, 이제는 정부의 정당한 권한 행사마저 유보하는 소극적 태도(부작위)가 정경유착의 조건이 된 셈이다.”(김상조 교수의 칼럼 중에서)

 

그날 광장의 목소리들은 진지하고 절박했다. 교복 입은 학생들은 세월호를 기억해 주세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은 특별법 제정,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철폐” “성과연봉제 폐지를 외치고 있었다. “박근혜 하야촛불 밑에는 엄청난 변화의 에너지들이 꿈틀거리고 있다. 이 에너지들이 허탈감으로 바뀐다면 그 다음에 등장하는 건 엘바섬의 나폴레옹’ ‘한국의 트럼프일 것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리고 권력은 논쟁에서 시작돼 행동으로 마무리된다. 촛불을 드는 것도 행동이고, 시민들이 동의하는 정치 일정을 만들어내는 것도 행동이고, 물러나는 것도 행동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행동이다.“ (언론인 권석천의 칼럼 중에서)

 

지금의 촛불은 민주주의로 가는 길을 비추는 이정표라고 할 수 있다. 시위 현장을 축제처럼 즐기는 모습에서 과거 87년 민주화운동의 정치집회와 달라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민주주의의 사회를 구성하는 핵심 중에 하나가 절차적 정당성이다. 최순실 게이트는 오랫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룩한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고 농단했다.

우리는 의사결정을 합리적으로 하기 위해 여러 제도와 법을 마련했다. 그 제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혼란도 있었지만 조정하고 극복했다.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로 가는 길이라는 신념을 지켰다. 그렇게 만들어 놓은 절차적 정당성과 시스템이 붕괴되자 많은 시민들은 권력의 사유화에 분노했고 사설정부라는 비아냥을 쏟아냈다. 권력의 오만과 남용을 감시하지 못한 정치권에 대한 비난도 쏟아졌다. 모두가 공범이라는 인식을 갖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촛불이 언제 꺼질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모두가 제자리를 찾아가기를 바란다는 점이다. 정치인은 권력이 국민으로 나온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고 정치를 해야 한다. 검찰은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벗고 국민의 편에 서야 한다. 재벌은 정당한 방법으로 기업을 운영해야 하고 합리적인 소유구조로 재편해야 한다. 언론은 국민의 알권리에 충실해야 하고 진실을 향해 시선을 두어야 한다.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을 잊고 살아왔다. 최순실 게이트는 축적된 병폐가 한꺼번에 무너져 내린 것이다. 우리 사회 각 분야가 제 역할을 다할 때 사회는 건강해진다. 지금의 혼란과 고통은 민주주의로 가는 힘든 여정이다. 이 여정을 끝내는 순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수준은 한단계 높아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혹이 의혹으로 남지 않도록 진실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대통령의 7시간에 주목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