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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숨쉬는 4.16

안녕이라고 할 수 없는 2016, 하늘과 땅으로 편지를 보냅니다.

안녕이라고 할 수 없는 2016, 하늘과 땅으로 편지를 보냅니다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에서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숨쉬는 4.16>이라는 기획글을 매달 16일마다 올립니다. 2016년 한해를 보내는 12월에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이들을 생각하며 편지글을 씁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의 꿈을 인형으로 만들고 1인시위도 하는 박민선님, 방송글을 쓰며 세월호 알리는 활동을 하는 조연미 작가 그리고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 소속 작가 2명이 짧은 글을 썼습니다 

 

 

하늘에 전하고 싶은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뿐입니다.

 

그보다는 땅에 남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그 많은 생명이 스러져간데는 이 땅에 남은 자들의 몫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1주기 즈음, 제 답답한 마음을 손피켓에 적어 광화문에 갔고 경찰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나이어린 의경들은 무전기로 방향을 돌려라는 소리가 들리고 난 이후에야 몸을 돌리는 모습들을 본 터라, 나이가 지긋한 경찰에게 제가 만든 피켓을 보여주며 답을 해보시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부모님 말씀 잘 들으면 됩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저는 제 감정을 억누르며 그럼 단원고 아이들은 부모님 말씀 안 들어서 그렇게 죽은 겁니까?’ 하고 다시 물었습니다. 경찰은 이 질문에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 아직도 왜 이런 참사가 났는지. 이런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으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조금도 생각해보지 않았구나... 하는 절망을 느꼈습니다. 저는 아직 제 질문에 답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우리 각자는 각자의 위치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손 놓고 있어서는 나 자신은 물론 어린자식들의 생명조차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똑똑히 보았기 때문입니다.

 

해수부 앞에서 피켓을 펼치고 서면 제가 자리잡음과 동시에 경비원의 무전기 소리가 들립니다. ‘5-세월호 일인시위 시작합니다.’ 또 잠시 후에는 일인시위자 한분 화장실 갑니다이런 무전소리도 들려옵니다. 하루는 제가 경비원분께 여쭈었습니다. ‘아저씨 일인시위 선다. 일인시위자 화장실 간다. 이런 것은 무전기로 공유하면서 세월호 그 큰 배가 바다에 침몰하고 있는데 그 배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탔는지, 그 사람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이런 것들을 공유하지 않은 게 이해가 되세요??’ 물으며 저는 끝내 울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상식과 비상식이 뒤바뀌어 버린 이 끔직한 모순의 사회를 보게 했습니다. 나를 깨어나게 하였고 무엇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하게 하였습니다. 비록 작은 일들이지만 하나하나 해 나아갑니다. 그래도 여전히 미안한 마음은 없어지질 않습니다...

 

하늘에 별이 된 304

그리고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9(은화, 다윤이, 현철이, 영인이, 양승진선생님, 고창석선생님, 권재근님과 아들 혁규, 이영숙님) 정말 미안하고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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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명 하늘의 천사들에게 보내는 편지.

 

 

 

가만 보면 지구에 사는 사람들은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을 해.

 

조류독감에서 닭 한 마리를 지키려고

품에 안고 배를 타서 섬으로 떠나기도 하고,

자그마한 성당의 역사를 보존하려고

성당을 통째로 옮겨 보금자리를 트기도 하고,

바다에 가라앉은 배에 있을

가족의 뼈라도 만져보려고 977일 간 기다리고 있어.

 

왜들 그러는 거야?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상을 주는 것도 아닌데...

명예, 건강, 장수, 으리으리한 집을 얻는 게 아닌데...

 

돈도 실력이라 능력 없는 부모를 탓해야 하는데

죽는 순간까지 엄마 아빠 사랑한다고말하고.

자식의 죽음에 몇 억 보상해 준다는 데도

엄동설한에 거리에서 진실을 밝히라고 시위하고.

보고와 구조와 대처에 할 일을 했다는 데,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고 있어.

 

상식, 생명, 사랑, 진실 같은 거....

가만 보면 지구에 사는 사람들은 정말 계산이 안 되는 일을 해.

 

그래서 말이야.

너희가 도와줘야 돼.

우리의 힘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들이거든.

 

상식이 거짓을 이기는.

생명이 돈을 이기는.

사랑이 탐욕을 이기는.

진실이 권력을 이기는.

 

그 날을 위해 하늘에서 꼭 힘을 보태줘.

 

이제 진실의 100m 앞 에 다가 온 엄마 아빠를 위해,

올 겨울도 기약 없이 친구를 기다려야하는 미수습자의 가족을 위해.

그렇게 너희들을 앞으로도 영원히 기억할 우리를 위해 말이야.

오늘도, 잊지 않고, 있어. Remember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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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없는 곳으로 부치는 편지

 

 

 

 

아이가 대학입시를 치르고 있어 관공서에 몇 번 다녔더랬습니다. 가족관계증명서라는 공문서를 건네받아 건성으로 훑어보는 순간 기대하지 않았던, 그러나 너무 익숙한 이름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엄마, 아직도 정정하신 아버지 이름 아래 엄마의 이름이 있었고 이름 옆에는 조그만 사각형 테두리 안에 사망이라는 글자가 앉아있습니다.

 

나는 너무나 자연스레 엄마를 잊어가고 있었습니다. 3년 전, 일흔일곱, 너무 이르지도, 그러나 장수라고 하기에는 어색한 나이에 세상을 떠나신 겁니다. 아프셨죠. 어떤 날 먼 하늘을 보며 조용히, 조금은 더 살고 싶다,는 독백을 하셨더랬습니다. 어쩌자고 나는 듣고 말았지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어쨌든 사망이라는 글자를 빈틈없이 둘러싼 작은 사각형처럼 하나 죽음이 완성되어가고 있습니다.

술 탓일지도 모르지만 이제 꿈에도 자주 들르지 않으시고 생각나는 시간도 천천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내 영혼 바람 되어라는 노래를 들어도 이제 많이 슬프지 않습니다. 떠난 엄마보다 약주를 줄이지 못하는 아버지 걱정이 더 자주 떠오릅니다. 죽음은 이렇게 보낸 사람의 마음에서 완성되는 것일지 모릅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한 장 두 장 순서대로 떠밀려 육지에 이르는 파도처럼 하나씩 죽음을 만들어주고 온전히 떠납니다. 죽음에도 순리가 있다고 할까요. 그러나……,

온전히 완성할 수 없는 죽음들이 있습니다. 2년 전의 봄날, 진도 앞바다에서……,

보낼 수 없고 잊을 수 없어 온전히 완성될 수 없는 죽음들……,

엄마가 저세상 어디에 계신다 해도 편안히 계시라는 말 말고는 제가 부탁드릴게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 부탁드려야겠네요. 저는 어이없이 죽음을 맞이한 그들에 대해 무엇도 말할 수 없습니다. 너무 무거워 입조차 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죽은 이들을 편안하게 보듬어주는 일은 엄마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네요. 생전에도 많이 하신 일이잖아요. 엄마 계신 곳이 있다면 그래서 그들도 거기에 있다면 엄마에게 부탁할 도리밖에 없네요. 저세상의 일은 거기 계신 분에게 부탁드립니다.

 

여기 일은 여기 사람들이 해야죠. 416, 그날 이후 3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일어났고 이제 조금씩 더 알아가고 있습니다. 누군가 꽉 막아놓았던 말들이 조금씩 알려지고 있습니다. 다시 진실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누가 어떻게 죄를 지었고 누가 어떻게 숨기려 전전긍긍했는지, 그래서 어떻게 악마가 되었는지. 조금씩 드러나고 있습니다.

아직도 할 일은 많지만 여기는 숨 쉬는 사람들의 몫입니다. 거기 일은 엄마에게 부탁드립니다. 저는 엄마가 고맙습니다. 편안하게, 조용히, 천천히 우리를 떠나고 계신 엄마가 고맙습니다. 그래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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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공유는 치유의 작은 손길이다

 

 

세월호 참사가 많은 사람들에게 던진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여전히 진실은 밝혀지지 않고 있으며 침몰된 세월호가 언제쯤 어둠의 바닷속에서 나와 햇빛을 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세월호 사고 이후 단원고 약전 쓰기에 참여하면서 유가족 몇 분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처음 홍래 어머니를 만났을 때 이렇게 묻더군요.

작가님 그거 믿으세요?”

그러면서 이런 얘기를 들려줬습니다. 홍래가 세상을 떠난 후 가족들은 다른 집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하루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새 한 마리가 베란다에 날아 왔다고 합니다. 오후 서너시 쯤 왔던 새는 밤이 늦도록 거실과 형의 방이 있는 곳을 쳐다보며 두리번 두리번 거렸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도 날아가지 않았습니다. 꽤 긴 시간을 머물다 새는 떠나갔습니다. 저는 새가 되어 돌아온 홍래의 존재를 믿는다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세월호를 잊지 못하는 이유, 그들을 기억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 그리고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거리에 나서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304명의 생명이 이유도 모른 채 구조의 기회도 박탈당하고 숨을 거두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슬픈 영혼과 가족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우리는 그들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기억의 공유는 상처를 보듬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이 매달 16일마다 세월호 관련 글을 올리는 이유도 공유하기 위해서입니다. 굳이 작가의 시대적 사명을 거론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고통의 마음을 조금이라고 헤아리기 위해서입니다.

주변에는 참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사고를 기억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평범한 아줌마로 살아가던 여성이 거리로 나서고, 생업을 뒤로한 채 그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아저씨들도 있습니다. 정치적인 이유나 이념과 관계없이 그들을 거리로 이끈 것은 상식적이지 않는 정부의 태도와 밝혀지지 않은 진실 때문입니다.

 

저는 스무살 아들을 키우는 아버지이기에 더욱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됩니다. 만일 단원고 아이들이 살아있다면 우리집 아들과 함께 어울리는 친구가 됐을지도 모릅니다.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이 3년 기획으로 마련하는<숨쉬는 4.16> 계획된 연재는 내년 4월이면 마무리 됩니다. 하지만 끝내기 쉽지 않은 일이기에 계속 이어나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몇 줄의 글이라도 세월호의 기억을 이어갈 수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충분히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에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탄핵사유 전부를 부인하는 내용의 답변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는 소식이 올라왔습니다. 답변서를 제출한 변호사는 세월호 대응 미비와 관련한 탄핵사유에 대해서 세월호 사고는 불행하지만, 박 대통령이 생명권을 침해한 사실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참으로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스칩니다. 책임지지 않는 정치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생명이 꺼져가는 순간 머리손질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통한의 가슴을 내려치게 됩니다. 세월호를 기억하고 되돌아보는 이유는 무고한 생명이기에 그렇습니다. 꽃을 피우지 못한 생명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안녕이라고 말하는 순간까지, 손을 놓기가 어렵습니다. 겨울이 가고 봄은 오지만 여전히 생의 아픔이 겨울인 사람들을 위해, 기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