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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숨쉬는 4.16

열여덟의 생애, 책으로 기억하다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 기획 < 숨쉬는 4.16>  열여덟의 생애, 책으로 기억하다 / 2016년 5월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이 매달 16일마다 기억하는 세월호의 아이들, 그들의 짧은 생애를 담은 <단원고 약전>이발간돼 지난 5월 13일 안산에서 헌정식이 열렸다.

세월호 참사로 하늘로 올라간 단원고 학생 250명 중 231명, 교사 11명, 아르바이트 청년 3명 등 희생자 245명의 생애를 간략하게 담은 책이다. 모두 12권으로 권당 200여쪽, 총 3천492쪽 분량이다

 

 

 

 

 

<짧은 그리고 영원한> 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단원고 약전은 희생자들의 짧은 삶을  영원히 기린다는 취지로 140여명의 작가가 지난 2015년 한해 동안 희생자 부모와 형제, 친구, 동료 등을 인터뷰하고 취재해 집필했다.

이 작업에 참여한 이들은 시인, 소설가, 아동문학가, 극작가, 르포작가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이다.

1∼10권은  사고 당시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의 약전을 반별로 정리했고 나머지 두권은 교사들의 약전과

아르바이트 청년, 작가들의 소회,단원고 중심의 포토에세이 등을 담았다.

발간 기획과 진행은 경기도교육청 약전발간위원회가 맡았다.

 

 

 

 

대전 충남에서도 10여명의 작가들이 참여해 못다 이룬 아이들의 꿈을 글로 남겼다. 함순례 시인이 만난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일부 옮긴다 

 

 

 

책임감과 배려심이 강했던 진정한 축구돌”  김건우 이야기

 

건우는 전천후였어요. 공격형 미드필더, 수비형 미드필더 가리지 않았는데 그 중 완전 수비대장이었어요. 건우의 볼은 대포였어요. 힘이 워낙 좋고 몸이 단단했어요. 건우의 가장 큰 장점은 저돌성! 상대방이 공을 잡았을 때 건우가 짧은 다리로 다다닥 달려가 압박하면 상대방이 허둥대곤 했죠. 승부욕도 강해서 어쩌다 지기라도 하면 엄청 속상해했어요. 건우가 있나 없나 경기력에 영향이 컸어요. 건우가 공부 좀 하려고 빠지면 지기도 했어요. 건우는 미드필더에서 아이들이 공격을 잘할 수 있도록 두루 받쳐주고 심리적으로 안정을 주는 역할을 아주 잘했거든요.”

 

축구팀 아이들뿐만 아니라 누구나 건우를 좋아했어요. 특히 선생님들이 건우를 참 예뻐했어요.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이었던 김범철 선생님은 졸업 이후에도 각별하게 지냈어요.

건우는 그냥 마음이 가는 아이였어요. 수업시간에 조용히 하자, 친구들을 독려하고 또 아무도 발표를 안 하면 건우가 나서서 일부러 발표를 해주며 수업분위기를 이끌었어요. 컵스카우트 활동을 할 때도 분대장을 맡은 건우가 솔선수범 아이들을 잘 다루어 대장인 절 많이 도와주었어요. 제 무릎에 스스럼없이 앉기도 하고, 그 나이답지 않게 사람 마음을 참 편안하게 해주고 사랑을 줄 줄 아는 아이였어요.”

 

평화와 정의실현을 꿈꾼 어린 사제박성호 이야기

 

나는 평화주의자이자 정의주의자였어요. 관계형성을 중요시했어요. 관계에 대한 파악이나 분석을 아주 잘했어요. 사회성도 뛰어났는데 완벽하게 알거나 확신이 서지 않는 일에는 안다고 말하지 않고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았어요. 나 자신을 드러내거나 자랑하는 걸 안 했어요. 조용하지만 내성적이지 않고 적극적이고 밝았어요. 사회문제에도 관심이 많았어요. 정의롭지 못한 사회현상을 접할 때마다 의구심을 품었어요. 언론보도 속에 가려진 진실을 알고 싶어했어요. 특히 약한 자들이 인권을 침해 받거나 오해받고 아파하는 모습을 보면 견디기 힘들었어요. 학교에서도 노는 애들이 약한 애들을 괴롭히면 못 참아했어요.

 

나를 따라다니는 수식어에 신선’ ‘미륵보살’ ‘아낌없이 주는 나무’ ‘힘이 되어주는 존재등이 있는데요. 어휴, 생각만 해도 낯간지러운 찬사들이지만 무척 감사해요.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존재라는 건 신나는 일이잖아요? 아마도 바보스러울 정도로 욕심이 없어서인 것 같아요. 타인을 배려하고 친근하게 대하는 성격은 천성인 것 같아요. 쉽게 감정을 표출하지 않고 느긋하게 바라보고 지켜보는 편이었어요. 그렇다고 무관심이나 방관은 아니었어요. 잘못하지 않은 사람이 엉뚱하게 오해를 받는 상황이 생기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변호해주곤 했으니까요.